[美관세폭풍] 베트남 46% 초고율 관세에 현지 한국기업들 '망연자실'
"트럼프 협상카드일 가능성…베트남 정부 대미 후속 협상 지켜봐야"
대책 마련 분주…대사관 주재 긴급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상대로 세계 최고 수준인 무려 46%의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작지 않은 충격 속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베트남 상대 관세율 46%는 전체 명단 180여개국 가운데 6번째로 높다.
베트남보다 상호관세율이 높은 국가가 레소토(50%), 캄보디아(49%), 라오스(48%), 마다가스카르(47%) 등 대미 무역 비중이 미미한 국가들임을 고려하면 베트남 상대 관세율은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고 수준이다.
중국 싱예증권 예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에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해온 유효 세율은 8∼10%였으며, 이번 상호관세 34% 등 취임 후 부과한 관세율 총 54%를 더하면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유효 세율은 64%까지 올라간다.
베트남 북부의 한국·한인 기업을 대표하는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하노이 코참) 회장을 맡고 있는 고태연 희성전자 베트남 법인장은 3일(현지시간) "한국 기업들이 대체로 패닉 상태"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이어 "기업들에 너무 충격받지 말고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에 활발히 투자해왔다. 지난해까지 한국 기업 등의 베트남 누적 투자 규모는 약 859억 달러(약 126조원)로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FDI) 국가 자리를 유지했다.
이 중에서도 삼성전자는 그간 총 232억 달러(약 34조원·전자 계열사 투자 포함)를 투자한 베트남 최대 FDI 기업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생산해 미국 등지로 수출한 스마트폰·가전 등 제품 규모는 544억 달러(약 80조원)에 달해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14%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 정부가 계엄 사태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데 비해 베트남 정부는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등 구매 약속, 대미 관세 인하 등 대미 흑자를 줄이는 조치를 쏟아내면서 미국과 활발히 소통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다소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베트남 측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이제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상품에 46%라는 초유의 관세가 부과되게 됐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 상품을 생산해 미국 등지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 전략에 근본적인 물음표가 켜졌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4일 최영삼 대사 주재로 한국 기업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기업들의 우려를 수렴하고 베트남 정부와 소통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그간 베트남 정부가 관세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와 우리 기업들도 기대감이 조금 있었다"면서 "이런 기대가 무너지다 보니 충격이 조금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의 협상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번 초고율 관세가 협상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과 베트남 간 후속 협상에 따라 최종 관세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지 진출한 한 한국 대기업 관계자는 "이런 관세율이 그대로 확정되면 베트남의 사업성이 이전보다 많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래도 이번 발표로 끝났다기보다 계속 조정과 협상을 거쳐 실제 관세율은 낮아지지 않을까"라면서 "베트남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태연 회장은 향후 미국과 베트남 간 협상에도 이 같은 관세율이 확정될 경우 베트남의 한국 기업들이 생산 물량을 관세율이 26%로 상대적으로 낮은 인도나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멕시코 등지로 옮기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사업장[삼성전자 제공]
[연합뉴스 제공]